CAS, 정몽준 전 FIFA 부회장 제재 해제 (2018.02.10)

스위스 로잔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9일(현지시간) 정몽준 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에 대한 FIFA의 제재를 해제하고 벌금 5만 스위스프랑(CHF)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정 전 부회장은 국내 및 국제 축구 관련 활동을 즉시 재개할 수 있게 됐다.

CAS는 FIFA가 가한 5년의 제재 기간을 1년3개월로 감경하면서 제재는 2017년1월7일로 이미 만료되었다고 결정했다. CAS는 FIFA가 부당하게 절차를 늦추는 바람에 정 전 부회장이 일찍이 제재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전부회장은 CAS가 FIFA의 기존 제재를 전면 취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지난 4년간은 저의 명예와 자부심이 훼손된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FIFA가 다시 축구팬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단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FIFA 윤리위원회는 2022월드컵 유치과정에서 ‘투표 담합 (vote trading)’이나 ‘이익제공 (appearance of offering benefits)’과 같은 심각한 위반을 한 혐의(prima facie case)가 있다면서 2014년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하자 이 혐의들은 모두 초기단계에서 철회했다.

그러나 FIFA는 주요 혐의를 적용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중단하기는커녕 한국의 국제축구기금(GFF) 공약에 관해 정 전 부회장이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조사과정에서 ‘비협조적’이었고 서면답변을 늦게 보냈다는 등의 이유로 5년의 제재를 확정했었다. FIFA는 또 CAS 항소에 필요한 결정 이유서를 늦게 송부함으로써 정 전 부회장이 제재 개시 후 1년6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서야 CAS에 항소할 수 있도록 방해했다.

CAS는 결정문에서 “정 전부회장이 서면 답변 시간을 약간 지키지 못한 것은 FIFA가 훨씬 중요한 절차를 지연시킨 것에 비하면 무시할 만한 것”이라면서 “이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The pot cannot fairly call the kettle black, especially when it itself is blacker)”이라고 밝혔다.

CAS는 또 “FIFA가 가했던 제재는 명백하게 그리고 지독하게 형평에 맞지 않는다(evidently and grossly disproportionate sanction originally imposed)”고 지적했다.

CAS는 정 전 부회장이 조사 과정중 블래터 회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을 FIFA가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정 전 부회장은 단지 불공정하고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된 조사라고 믿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CAS는 “또 오래 전부터 FIFA 내부에서 정 전 부회장이 견지해왔던 반부패 입장과 십수년간 FIFA와 축구계에 기여한 공로”를 특별히 언급하면서 정 전 부회장이 부적절하게 조사에 반대하고 협조하지 않았다는 FIF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CAS는 2022월드컵 유치과정에서 한국의 국제축구기금(GFF) 공약을 설명하기 위해 정 전 부회장이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두 문장이 공식 발표된 내용 이외의 것이어서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CAS는 “당시 정 전 부회장은 자신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CAS는 또 “정 전 부회장이 조사관들과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전 부회장은 “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는 처음부터 저의 FIFA 회장 출마를 저지하고자 하는 블래터 전 FIFA회장의 공작이라는 사실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면서 “FIFA가 불순한 동기에서 조사를 시작했고 관련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저의 지적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CAS의 중재위원들이 그런 관점에서 검토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정 몽 준 전 FIFA 부회장실

CAS 제소, FIFA 개혁 계기 되길(2017.04.06)

국제축구연맹(FIFA)이 새로운 지도부 아래 개혁을 시도하고 있으나 FIFA의 윤리위원회(Ethics Committee)는 여전히 블래터의 ‘청부업자(hitmen)’를 자임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서 실망스럽습니다.

FIFA의 회장이 바뀌어서 FIFA가 다시 존경받는 국제기구로 변신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블래터가 심어둔 윤리위와 항소위의 주요 인사들을 보면 FIFA의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FIFA 제재에 대한 저의 대응은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축구를 사랑하고 FIFA 부회장을 17년을 지낸 사람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비롯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FIFA 항소위원회(Appeal Committee)는 지난 3월 24일 저에게 항소 결정 설명문(reasoned decision)을 보내왔습니다. 지난해 7월, 항소위원회가 5년 제재 결정을 통보한 뒤 9개월 만입니다. 체육계의 최종 중재기구인 CAS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이 설명문이 필요한데, 지난해 11월에는 제가 직접 편지를 써서 설명문을 빨리 보내달라고 촉구했음에도 FIFA 항소위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설명문을 주지 않다가 이제야 보냈습니다. 1심인 윤리위도 결정 설명문을 6개월이나 지난 뒤 보냈기 때문에 CAS에 제소하는 일은 제재가 발효된 날로부터 18개월 지난 뒤에나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어느 특정 피고인에 대해 사형을 집행케 한 재판부가 판결문을 18개월 뒤에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치졸한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블래터 전 FIFA회장과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2015년 12월 1심 결정이 나온 이후 두 달여 만에 항소 결정 설명문까지 받아 CAS에 제소할 수 있었습니다.

FIFA 윤리위와 항소위는 ‘투표 담합(vote trading)’이나 ‘이익 제공(appearance of offering benefits)’이라는 혐의를 내세우며 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가 벽에 부딪히자 FIFA 편지용지를 사용했다느니,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문제로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윤리위와 항소위가 저에게 적용한 대표적 윤리규정은 13조의 ‘일반적인 행동 규범(general rules of conduct)’인데 이 조항은 윤리적 태도(ethical attitude)와 완벽한 신뢰(complete credibility) 같은 것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행동 규범과 윤리, 그리고 신뢰를 따지는 사람들이 왜 결정 설명문 하나 보내는 데 시간을 끌어서 결국 18개월이나 지난 뒤 CAS에 가게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서양 격언에 ‘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즉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듯이 이렇게 시간을 끈 것 자체가 비윤리적인 일입니다.

FIFA는 2015년 10월 1심에서 제재 6년을 결정했고, 2심인 항소위에서는 일부 저의 반론을 받아들였지만 1심과 비슷한 결론을 유지한 채 제재 5년을 결정했습니다.

FIFA 윤리위와 항소위는 처음에는 거창한 혐의를 내세워서 조사 또는 심리를 하다가 제가 반론을 제기하면 그것은 취하하면서도 다시 다른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워 제재를 강행했습니다. 제재는 기정사실화해 놓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구실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입니다.

2015년 10월 FIFA 윤리위가 1심에서 어떠한 축구 관련 일에도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 6년을 결정한 이후 저는 FIFA의 부당한 조치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법적 조치를 통해 FIFA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으나 이미 1년반의 시간이 흘러버렸고 CAS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또 시간이 경과할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저에게는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FIFA 구세력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이 FIFA의 새로운 출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된 이후 저는 줄곧 FIFA 개혁을 요구했으나 블래터의 사람들에 의해 부당한 보복을 당했습니다. 블래터 회장의 ‘청부업자’라고 불리는 FIFA 윤리위는 당초 제기했던 혐의로 저를 얽어맬 수 없게 되자 ‘조사 비협조(violation of the duty of cooperation)’와 같은 조사 과정에서의 문제 등을 이유로 6년 제재를 가했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더니 이에 항의하자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FIFA 윤리위는 블래터 회장이 사실상 임명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블래터는 2015년 10월,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 사람들을 자리에 앉혔다. 그들이 현재 윤리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FIFA 윤리위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FIFA와 ‘윤리’라는 단어는 가장 모순(oxymoron)되는 관계”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7월 열린 미 상원 청문회에서 리차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FIFA는) 스포츠에 있어서 마피아식 범죄조직”이라면서 “마피아도 그렇게 뻔뻔하게 부패를 저지르지 않기 때문에 그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마피아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FIFA의 부패를 파헤친 책, ‘파울(FOUL)’의 저자인 앤드류 제닝스 기자는 같은 청문회에서 FIFA 윤리위를 ‘블래터의 살인청부업자(hitmen)’라고 했습니다. 비자-마스터카드 사건을 담당했던 미국 법원의 로레타 프레스카 판사는 2006년 12월 판결문에서 FIFA가 거짓말을 했다는 표현을 13번이나 쓰고 “FIFA의 행동은 결코 페어플레이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FIFA를 질타했습니다.

FIFA 윤리위는 이렇게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는 언론과 미 상원의원, 판사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도 못했습니다. 그들 말대로 독립적이고 떳떳하다면 전세계의 축구인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욕을 참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면 FIFA 윤리위는 FIFA의 부패를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내부 인사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보복을 하고 있습니다. 17년간 FIFA 부회장을 지냈고, 27년간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한 저로서는 외부에는 약하고 내부에만 강한 FIFA 윤리위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년 전인 2015년,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이 월드컵 중계권 부정 판매 등과 관련해 FIFA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함에 따라 블래터가 회장직에서 사임했고, 곧이어 새로운 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을 당시, FIFA 내부에서는 블래터가 자기 사람들로 구성된 윤리위를 통해 저의 FIFA 회장 출마를 막으려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습니다. 저도 세 명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FIFA의 현직 부회장 한 명과 한 대륙축구연맹의 법률고문이 각각 다른 자리에서 이 소문을 전해주었습니다. 유력한 언론사의 기자는 취리히의 FIFA 담당 기자들 사이에도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1994년 FIFA 부회장을 맡은 이후 17년간, 저는 불투명한 월드컵 중계권 판매 과정의 문제점, 그동안 아무도 모르고 있던 회장의 보수 공개, 비자카드에 특혜를 주기 위해 서류를 위조하고 거짓말을 했다가 기존 후원사이던 마스터카드에게 거액을 배상했던 사건에 대한 해명, 회계 감사를 위한 특별기구 구성 등 블래터가 듣기 싫어할 만한 지적과 주장을 많이 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FIFA 내부 인사들의 비판에 직면한 블래터는 2011년 4선에 도전하면서 마지막 임기가 될 것이라고 했으나 2015년 약속을 번복하고 다시 출마했습니다. 회장 선거를 앞둔 2015년 초, FIFA 윤리위는 때맞추어 저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FIFA의 부패 척결과 투명성 확보를 외쳐온 저에 대한 블래터의 공격이었습니다. 소문대로 윤리위는 2015년 10월 초 저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고, 저는 출마를 봉쇄당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되돌아보겠습니다.

2014년 3월, FIFA 윤리위의 보벨리 부위원장(현 위원장)은 한승주 전 한국 2022월드컵 유치위원장을 만나 “당신과 당신 팀에 대한 혐의는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별첨 1) 그러나 FIFA회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던 2015년에 들어서자마자 윤리위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건(prima facie case)’이라면서 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별첨 2)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윤리위 조사국은 제게 질문서를 세 번 보냈습니다. 2014년 4월 14일 69개, 2015년 2월 13일 50개, 2015년 3월 17일 19개의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들이 지나치게 사소하고도 반복적이었기 때문에 저는 당시 이미 윤리위가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질문들은 어떠한 트집이든 잡아 저를 엮어 넣기 위한 것임이 명백했습니다.

FIFA 윤리위가 내세운 혐의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2010년 있었던 2018년과 2022년의 월드컵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 제가 영국(England)과 ‘투표 담합’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22월드컵 유치를 위해 제가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에게 이익제공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혐의는 2022월드컵을 신청한 한국과 2018월드컵을 신청한 영국이 서로에게 투표를 해주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FIFA 윤리위는 영국의 톰슨 집행위원이 가르시아 윤리위원장과 했던 인터뷰에서 ‘투표 담합’을 인정했다고 하면서 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제가 다음과 같이 톰슨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하자 취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투표 담합’이 이루어졌다던 날, 즉 개최지결정 투표 하루 전날, 잉글랜드 측의 요청에 따라 윌리엄 왕자의 호텔방에서 캐머런 총리, 톰슨 집행위원을 이홍구 전 총리와 함께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공개적 자리에서 윤리위가 주장하는 일이 일어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톰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윌리엄 왕자와 캐머런 총리도 조사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FIFA가 저에게 보낸 톰슨과 조사위와의 인터뷰 기록에 의하면 톰슨은 그 자리에 윌리엄 왕자가 있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앞서 FIFA는 개최지결정 투표를 앞두고 톰슨과 투표담합을 협의하기 위해 특정시점에 FIFA 본부가 있는 취리히에 간 적이 있느냐고 제게 질의를 해왔습니다. 여행기록을 찾아보니 FIFA 윤리위가 혐의를 두고 있었던 그 때 취리히에 간 사실이 없었습니다. 반박할 수 있는 이런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덫에 걸릴 뻔했습니다.

담합 자체도 없었지만 원천적으로 그런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 블래터의 책임입니다. 월드컵은 원래 개최 6년 전에 개최지를 결정하는 것이 오래된 관례였습니다. 블래터가 2008년 느닷없이 이를 8년·12년 전에 그것도 두 개의 월드컵 개최지를 한꺼번에 결정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올림픽은 통상 개최 7년 전에 개최지를 결정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갑자기 개최지를 2~3개 묶어서 15년 전에 결정하겠다고 하면 혼란과 비난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2010년에 월드컵 개최지 결정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블래터 본인이 불을 질러놓고 “불이야” 하며 소리를 지르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FIFA 윤리위가 두 번째로 문제 삼았던 것은 2010년 제가 집행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 2022월드컵 유치위의 공약을 설명한 일이었습니다. 2010년 10월 한승주 당시 한국 유치위원장은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축구기금(GFF)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은 많은 언론에 보도되어 공지의 사실이 되었고, 저는 나중에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이 공약을 상기시키기 위해 편지를 썼던 것입니다. 당시 FIFA는 제가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편지 보낸 것이 문제가 되는지의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상당한 조사 후에 발케 사무총장은 저와 한승주 전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는 유치과정의 정당성이 영향 받지 않았다고 보고 이 문제를 종결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별첨 3)

FIFA 윤리위는 제가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이익제공으로 보이는 행위(appearance of offering benefits)’를 금하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지만 정작 이 규정은 편지를 보냈던 시점인 2010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익제공으로 보이는 행위’라는 규정은 2012년 만들어진 윤리규정에 새로 들어간 내용입니다. FIFA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의 동시 결정 이후 시비가 끊이지 않자 2012년에 새로운 윤리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이 새로운 규정을 근거로 법치의 기본인 소급적용 금지 원칙마저 위반해가면서 저를 얽어매려 했던 것입니다.

FIFA 윤리위 1심은 ‘이익제공’ 부분은 명백한 소급적용이어서 기각한다고 하면서도 그 대신 이번에는 편지 보낸 것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FIFA 집행위원으로서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활동한 것이 부적절했다면서 이를 핵심적인 제재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2010년 당시 발케 사무총장이 조사를 마친 뒤 저에게 서한을 보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던 일을 2012년 새로 만들어진 윤리위가 뒤늦게 문제 삼은 것입니다. 윤리위와 항소위의 주장대로 2012년부터 ‘독립적’ 윤리위가 만들어졌다면 그 이전에는 독립적 윤리위가 없었던 것이고 당연히 사무총장의 결론은 FIFA 전체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별첨 4) 따라서 이 사안을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교묘한 사실상의 소급적용입니다.

요즈음은 사정이 어떤지 궁금하지만 2010년 당시에는 FIFA 집행위원들이 자국의 월드컵 유치를 위해 활동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었습니다. 잉글랜드의 제프 톰슨, 스페인의 앙겔 마리아 빌라, 벨기에의 미셀 두게,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함맘, 일본의 준지 오구라, 러시아의 비탈리 무트코 집행위원 등은 모두 자국의 유치를 위해 열심히 공개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일본의 오구라 집행위원과 러시아의 무트코 집행위원은 심지어 투표 직전 자국의 프리젠테이션 때 직접 나와 자국 유치의 필요성과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앞으로 최대 3~4개국이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토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집행위원회도 평의회로 바뀌면서 기존 24명에서 37명으로 인원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도 많아지고 평의회 의원도 많아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개최국 선정은 평의회가 3개 후보지를 추천한 뒤 총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평의회 의원들은 FIFA 활동을 하면서 자국 유치를 위해 노력하게 될 가능성이 과거보다도 높아질 것입니다. 향후의 추세를 보아도 그렇고 2010년 당시의 상황을 보아도 집행위원이 자국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FIFA 윤리위는 2010년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이익 제공’으로 몰아가려던 시도가 실패하자 FIFA 편지용지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FIFA 부회장 자격으로 한국지지 요청 편지를 쓴 것이 부적절했다는 주장입니다.

저는 한국 유치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2022년 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 뿐 아니라 FIFA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소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쓰던 것과 마찬가지로 FIFA 용지를 사용했던 것입니다. 만약 FIFA 용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윤리위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시비를 걸었을 것입니다. 이미 한승주 한국 유치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고 언론보도를 통해 공지의 사실이 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한 편지를 쓰면서 편지용지까지 신경을 썼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윤리위와 항소위의 논리대로라면 FIFA 유니폼을 입고 한국 유치에 관해 얘기해도 안 되는 식이고, FIFA 건물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어도 안 된다는 식입니다. 같은 논리로 월드컵 경기 때 FIFA 집행위원석에 앉아서 한국팀을 응원하면 윤리규정 위반이 될 것입니다. FIFA의 초청으로 항공권과 숙식을 제공받았는데 공개적인 장소에서 어느 특정팀을 응원한다면 명백한 윤리규정 위반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윤리규정 위반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입니다. 뇌물을 준다든지 다른 불법적 제안을 한다면 형식이 어떻든 명백하게 윤리규정, 또는 법률의 위반이 될 것입니다. FIFA 윤리위와 항소위는 저를 얽어매기 위해서 옹색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제가 블래터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부당한 조사에 항의했는데, FIFA 윤리위는 이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블래터에게 편지를 보낸 것 자체가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윤리위 외부에 공개한 것이어서 ‘비밀 준수(confidentiality)’ 의무 위반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또 윤리위와 상관없는 블래터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FIFA 윤리위가 1심 결정 설명문에서 “FIFA의 모든 임직원은 대처해야 할 어떤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회장에게 편지를 쓸 권리가 있다.(Every official of FIFA has the right to write to the President if he feels that there is a problem that needs to be addressed.)”고 밝혔듯이 FIFA 구성원이 내부 문제에 관해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별첨 5) 또 윤리위는 스스로가 블래터로부터 독립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블래터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이 사람들을 자리에 앉혔다. 그들이 현재 윤리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래터가 이러한 윤리위를 이용해 저에게 보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블래터에게 보복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비밀 준수’ 의무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FIFA 윤리규정상 조사하는 주체는 비밀을 준수하도록 되어 있지만 조사 받는 사람에게는 비밀 준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조사 받는 사람은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FIFA 외부 인사들의 조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조사 사실을 공개해서 얻는 실익도 없습니다. 결국 ‘비밀 준수’ 위반 부분은 2심인 항소위에서 무혐의 처리 됐습니다.

그렇지만 FIFA 항소위는 ‘비밀 준수’ 부분을 기각한다고 하면서도 그 대신 블래터에게 쓴 편지의 내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모든 FIFA 구성원은 어떤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회장에게 편지를 쓸 권리가 있다고 해놓고는 정작 ‘문제’를 지적하자 편지에 그런 내용을 담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모순입니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준다고 하면서도 다만 다른 의견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항소위는 제가 관련 조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치적 수단(political means)을 사용했다며 이것이 윤리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FIFA는 과연 어떤 조직인지 우리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기본적으로 FIFA는 정치적 기구입니다. FIFA 회장과 집행위원, 각국 협회장은 각각 선거라는 정치적 절차를 통해 선출됩니다. ‘정치적’이라는 수식어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FIFA 항소위가 말하는 ‘정치적 수단’은 부당한 압력이란 나쁜 뜻으로 쓴 것이지만, 정치적 기구인 FIFA의 책임자에게 정치적 보복으로 하는 조사를 중단하라고 하는 것이 ‘정치적 수단’을 의미한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FIFA 윤리위와 항소위는 저에 대한 혐의를 주장하다가 제가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해당 혐의를 취하하는 것처럼 하다가 다른 부차적인 이유를 혐의로 내세우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0년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이익 제공’이라고 했다가 제가 소급적용이라고 강력히 반론을 펴자 ‘이익 제공’은 취하하는 대신 FIFA 부회장 자격으로 한국의 공약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했습니다.

블래터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서도 FIFA 윤리위는 “FIFA의 모든 임직원은 대처해야 할 어떤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회장에게 편지를 쓸 권리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 내용과 숨은 의도는 문제가 된다.”고 모순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제재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이런저런 이유를 찾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제가 FIFA회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리위원장 후보를 FIFA회장의 추천(nomination)이 아니라 독립된 별도의 위원회에서 추천토록 하자”는 제안을 선거홍보물에 게재했더니 윤리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덧붙여졌습니다. 윤리위는 독립적인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 묘사했다는 것입니다. 저에 대해 당초 15년 제재를 구형했던 윤리위 조사국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4년 제재를 추가 구형했습니다. 모두 19년 제재를 구형한 것입니다. 윤리위가 그처럼 독립적이라면 “내가 이 사람들을 자리에 앉혔다. 그들이 현재 윤리위에 있다”고 한 블래터야말로 명예훼손으로 바로 조사하고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거과정의 당연한 정책제안마저 저에 대한 공격의 빌미로 삼는 FIFA 윤리위의 행태는 블루멘탈 미 상원의원의 말대로 ‘뻔뻔하게 대놓고 하는 오만한(blatant, overt, arrogant)’ 것입니다.

윤리위는 1심에서 이해 당사자는 재판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당사자 제척 원칙도 무시했습니다. 윤리위는 “윤리위원장 후보를 독립된 별도의 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하자”는 저의 당연한 정책제안을 윤리위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면서 혐의에 추가했습니다. 그렇다면 공동윤리위원장인 심판국장은 이 사안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심판국장은 저의 제척 요청을 무시한 채 1심을 주재했습니다. 사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1심은 근본적으로 무효입니다. 항소위는 자신들이 보아도 지나치게 무리한 적용이라고 판단한 모양인지 뒤늦게 ‘명예훼손’ 부분은 무혐의 처리했습니다만, 명예훼손만이 아니라 1심 자체가 무효화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FIFA 윤리위와 항소위는 조사 받는 사람과 조사하는 사람이 동등한 정보접근권을 갖는다는 FIFA 윤리규정 39조를 지키지 않고 윤리위가 보고 있는 자료를 같이 보게 해달라는 저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윤리위는 제가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문제 삼으면서 그 근거로 블래터와 발케 당시 사무총장이 2014년 4월 윤리위 조사관과 했던 인터뷰를 내세웠습니다.

발케는 2010년 11월, 편지 문제에 대해 내부 검토를 마친 뒤 저와 한승주 유치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치과정의 정당성이 영향 받지 않았다고 보고 이(편지) 문제를 종결하기로 했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 그런 편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면서 저를 비난했습니다. 저는 이들의 인터뷰 내용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터뷰 녹취록 전체를 보내줄 것을 윤리위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FIFA 윤리위와 항소위는 조사과정의 비협조를 제재 결정의 또 다른 근거로 들고 있으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일 뿐 아니라 사실과도 합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FIFA 윤리위는 제가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2014년 초, 조사를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출마선언과 당내 경선 준비, 그리고 실제 선거 운동 등 중요한 일들이 산적했기 때문에 FIFA 윤리위 인사와 장시간 인터뷰하기 위해 사전에 그 일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선거만큼이나 중요한 서울시장 선거의 특성상 1주일 앞의 일정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쉽지 않은 급박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몇 차례 서로 편리한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두 달 정도 앞둔 4월, 직접 인터뷰 대신 서면답변을 보내달라고 FIFA가 요청해옴에 따라 답변서를 보냈습니다.

저로서는 FIFA 조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으나 FIFA 윤리위와 항소위가 이러한 전체적인 상황을 무시한 채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한 주장을 펴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FIFA 윤리위는 2015년 10월초 열린 1심에서, 당초 제기했던 ‘투표 담합(vote trading)’이나 ‘이익 제공(offering benefits)’ 등의 혐의가 아니라 ‘윤리적이지 않은 행동(not in line with an ethical attitude and with credibility and integrity)’과 같은 모호한 규정과 절차적 문제들을 근거로 제재 6년을 결정했습니다.

FIFA 항소위원회는 2016년 7월 초, ‘비밀 준수’ 위반과 명예훼손 부분만 저의 입장을 받아들여 무혐의로 인정한 채 1심과 비슷한 제재 5년을 가했습니다. 그리고는 결정 설명문을 보내는 데 9개월을 흘려보낸 것입니다. 항소위원장은 블래터 시절에 선임된 인사입니다.

FIFA 제재에 대한 저의 대응은 1994년 이래 지속되어온 FIFA 개혁을 위한 외로운 투쟁의 연장입니다. 블래터는 도덕적 비난 정도가 아니라 형사 범죄에 해당하는 수준의 부패를 저질렀습니다. 블래터는 사무총장 시절이던 1990년대, 월드컵 중계권을 갖고 있던 ISL로부터 아벨란제 회장이 뇌물을 받은 것을 알고도 눈감아주었습니다. 블래터는 또 비자카드에게 후원사 선정 혜택을 주기 위해 기존 후원사인 마스터카드를 속이고 서류를 위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FIFA는 마스터카드에 6천만 달러를 배상했습니다. 2011년 FIFA 회장 선거 때, 블래터가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가로 플라티니 전 UEFA 회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이 수사를 했습니다.

FIFA 윤리위는 블래터의 비리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이 오랜 기간 수사를 하고 언론이 보도를 해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2005년 ISL 뇌물 사건과 관련해 FIFA 본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였습니다. 앤드류 제닝스 기자는 저서 ‘파울’을 통해 1998년 당시 블래터 사무총장이 ISL로부터 FIFA에 잘못 입금된 뇌물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FIFA는 수사과정에서 아벨란제와 그의 사위였던 테이세이라 전 브라질 축구협회장이 1990년대 ISL로부터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아왔다는 내용의 문서를 사법당국에 제출했고, 아벨란제 측의 집요한 방해전략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대법원은 2012년 이 문서를 공개토록 했습니다. FIFA 윤리위는 이로부터 1년 후인 2013년에야 마지못해 ISL 뇌물 사건을 조사한 뒤 “블래터가 어설프게 처리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아벨란제의 공범인 블래터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저에 대해서는 톰슨 영국 집행위원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근거로 신속하게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지켜보니 FIFA 집행위원 가운데 블래터를 존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경멸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축구대회를 유치하거나 지원금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권력을 갖고 있는 블래터를 두려워했을 뿐입니다.

블래터는 회장 취임 후 월드컵을 2년에 한 번 열자,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서 골대를 넓히자는 등 이상한 제안을 많이 했다가 저를 비롯한 집행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저는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앞두고 당시 아벨란제 회장과 블래터 사무총장이 이미 일본으로 기운 상황에서 이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보장을 요구했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FIFA의 투명한 운영을 촉구했습니다.

FIFA의 회장이 바뀌었지만 블래터가 심어둔 윤리위와 항소위의 주요 인사들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블래터의 시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CAS 제소를 비롯한 모든 방안을 찾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을 꾸민 블래터 전 회장과 거짓말로 저를 모함하는 등으로 저의 부당한 징계에 관련된 인사들에게 형사 고소· 고발과 손해배상청구 등 응분의 법적 책임도 물을 것입니다.

FIFA의 부패 구조를 청산하고 진정한 개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판티노 회장도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FIFA가 진정한 개혁을 통해 전세계 축구팬의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축구팬과 언론인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2017년 4월 6일

정 몽 준

[별첨자료] 정몽준 전 FIFA부회장 기자회견

[참고자료] 정몽준 전 FIFA부회장 기자회견

블래터와 FIFA 윤리위에 법적 책임 묻겠다 (2015.10.09)

FIFA 윤리위의 저에 대한 제재는 블래터 회장이나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발케 FIFA 사무총장에 대한 제재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그동안 FIFA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것에 대한 졸렬한 보복이다. 이번 조사가 기본적인 실체도 없이 오로지 저의 선거 등록을 훼방하기 위해 시작된 술수임이 드러난 것이다.

블래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 발케 사무총장은 뇌물, 배임, 횡령 등 구체적 범죄적 행위에 관련된 혐의를 받는 사람들임에도 90일 잠정 제재를 가한데 반해, 저에 대해서는 조사 비협조와 윤리적 태도와 같은 애매한 조항을 적용해 6년 제재를 가한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윤리위가 조사 과정 내내 문제로 삼았던 투표담합(vote trading), 부정이익제공과 언론에 꾸준히 흘렸던 구호성금은 제외하고 단지 조사를 담당하는 윤리위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조사 비협조라는 지엽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을 제재의 근거로 삼은 것은 작금의 사태가 일관된 정치적 술수임을 보여준다.

FIFA는 2014년 11월 공개된 가르시아 리포트를 통해 한국 유치위의 활동들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8월드컵 유치 투표에서 2표 밖에 얻지 못한 영국의 의회가 자국의 유치과정에 대해 조사를 하고, 영국의 톰슨 집행위원이 저와 ‘투표담합’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FIFA 윤리위는 마치 결정적인 증거라도 잡은 것인 양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FIFA 윤리위는 톰슨 집행위원이 가르시아 조사국장에게 진술한 내용의 문서를 보내면서 저에게 “놀랐느냐(surprise)?”라는 질문 등의 조사를 했다.

하지만 톰슨 집행위원은 개최지 결정 투표 하루 전날인 2010년 12월 1일, 윌리엄 왕자의 요청으로 왕자의 방에서 이루어진 모임에 윌리엄 왕자가 참석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일관성 없는 진술을 했다. 이 자리에는 캐머런 영국 총리와 이홍구 전 총리도 참석했었다. 이런 자리에서 ‘투표담합’을 시도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저의 반박에 FIFA 윤리위는 이 부분을 취하했다.

FIFA 윤리위가 중점을 둔 또 하나의 혐의는 국제축구기금(GFF)을 설명하는 편지 문제였다. 초기 조사 과정에서 윤리위는 블래터 회장과 발케 사무총장이 저의 편지 사본을 보고 “놀랐다(surprise)”고 진술한 내용의 문서를 저에게 보낸 뒤 이 편지들과 관련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그러나 2010년 11월 발케 사무총장이 저와 한승주 유치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들의 설명을 듣고 이 사안을 종결했으며 윤리위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서신의 존재를 윤리위에 통지하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윤리위의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 8월 언론에는 2010년 제가 아이티와 파키스탄에 기부했던 재난 구호 성금이 조사대상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위의 두 나라 이외에도 여러 재난피해 국가들에 제가 꾸준히 구호성금을 보냈다고 반박하자 구호성금 관련 문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이번 윤리위의 결정에는 커다란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에커트 심판국장(Chairman of Adjudicatory Chamber)은 본인의 말대로 명예훼손의 피해자라면 자신을 이 사건에서 제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판장을 맡아 심판을 한 것으로 이것은 심각한 적법절차 위반이다.

이번 결정으로 차기 FIFA 회장선거의 유효성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것을 우려한다.

블래터 회장의 경우에는 90일 잠정 제재가 지난 뒤 내년 2월 26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과반수 득표를 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다시 회장직으로 돌아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지적에 주목한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FIFA에서 자신들의 안위만을 도모하면서 FIFA를 계속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세력들이 있다면 이들은 블래터 회장과 함께 그에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저는 FIFA 윤리위의 악의적 제재를 바로잡기 위해 내 주 초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포함한 모든 법적인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또 영국 런던에서 최근 밝힌 것과 같이 블래터 회장의 비자-마스터카드 사기 사건, FIFA 집행위의 승인 없이 받은 본인의 연봉 등에 관한 배임 횡령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부당한 제재로저의 명예를 훼손한 FIFA 윤리위에 대해서도 상응한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다.

2015. 10. 9.
정몽준 FIFA회장 후보

FIFA의 제재에 대한 입장 (2015.10.08)

FIFA 윤리위가 저에 대해 6년간의 제재를 결정한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FIFA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실망을 느낀다.

FIFA가 총체적으로 와해되어가는 와중에 블래터의 살인청부업자라는 말을 듣는 FIFA 윤리위가 저지른 무도한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블래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 발케 사무총장은 뇌물, 배임, 횡령 등 범죄적 행위에 관련된 혐의를 받는 사람들임에도 90일 잠정 제재를 가한데 반해 저에 대해서는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와 같은 애매한 조항을 적용해 6년 제재를 가한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윤리위가 조사 개시 당시 문제 삼았던, 한국 2022월드컵 유치위원회의 ‘국제축구기금(GFF)’ 계획을 설명하는 편지를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것은 제재 이유에서 제외하고 단지 조사 과정의 태도를 제재의 근거로 삼은 것은 이번 윤리위 제재가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한다.

이번 결정으로 차기 FIFA 회장선거의 유효성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것을 우려한다.

블래터 회장의 경우 90일 잠정 제재가 지난 뒤 내년 2월26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다시 회장직으로 돌아오려는 음모라는 국제 축구계의 지적에 주목한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FIFA의 내부에서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만을 도모하면서 FIFA를 계속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세력들이 있다면 이들은 FIFA의 도덕적 붕괴를 초래한 블래터 회장과 함께 엄중한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저는 가용한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FIFA 윤리위의 결정이 부당한 것임을 밝혀내고 FIFA의 환골탈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FIFA내의 양심적 동료 및 많은 축구팬들의 성원과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이 새로운 FIFA의 탄생에 함께해줄 것을 기대한다.

2015. 10. 8.

정몽준 FIFA 회장 후보

최근의 FIFA 상황에 대한 입장(2015.09.29)

블래터 FIFA 회장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고 플라티니 UEFA 회장까지도 블래터 회장 사건에 연루되어있다는 사실에 충격과 함께 슬픔을 느낀다.

FIFA의 집행위원으로 일하면서 블래터 회장과 아벨란제 전 임 회장의 불투명하고 불법적인 FIFA 운영에 대해 경고하고 시정하려 노력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FIFA의 부패를 막 지 못한 것에 대해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

FIFA는 현재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위기에 놓여 있지만 이것 은 동시에 우리에게 기회가 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축구를 사 랑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면 다시 FIFA 를 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FIFA 내의 부패를 척결하는 일이다. FIFA의 과거 비리를 척결하는 일은 사법기관에 맡기고, FIFA를 살리는 일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축구와 무관한 사람들이 축구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바람 직하지 않다.

오늘도 전세계에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대륙별 예선대회가 열리고 있고, 많은 축구 발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주관해야 할 FIFA는 현재 붕괴 상태에 직면 해있다. 이미 발케 사무총장은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이고 블 래터 회장도 곧 사법기관과 FIFA 자체 조사에 따라 직무정지 가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긴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FIFA와 각 대륙연맹은 임시 집행위원회와 임시총회를 개최해서 FIFA 사무국의 직무가 차 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비상대책기구(Emergency Task Force)의 설립을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FIFA는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사치를 선사하는 기구가 아니라 수많은 축구인과 축구팬들에게 희망과 즐거움, 페어플 레이의 가치를 심어주는 순수한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많은 대륙의 젊은 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 는 것처럼 축구는 앞으로도 희망과 영감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저는 그동안의 경험과 모든 역량을 FIFA의 환골탈태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제가 차기 회장이 된다면 처음 2년간은 FIFA의 구조 개혁을 완수하고, 나머지 2년간은 FIFA의 화합과 활기를 되찾는 데 전념할 것이다. 그것은 4년의 한 번 임기로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40년 부패를 청산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 해서는 4년이면 충분하다. FIFA를 ‘희망과 영감’의 대명사로 만드는 일에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동참을 기대한 다.

2015. 9. 29.
정 몽 준 FIFA 회장 후보

※ 별첨 : ‘FIFA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저의 노력들’

FIFA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저의 노력들

정몽준

FIFA를 둘러싼 최근의 스캔들은 FIFA 내에 부패문화가 얼마 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20년 전 FIFA 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FIFA의 투명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항상 FIFA 지도자들의 업무태만, 배임 과 횡령 등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에 대해 공개적으 로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제가 블라터를 비롯한 다른 FIFA 지도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4가지 사례를 아래 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ISL 부패 사례

저는 1994년 아시아 부회장이 되면서 FIFA의 일원이 됐고 이어 FIFA 미디어위원회에 소속 됐습니다. 저는 제가 월드컵 중계권 및 후원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위원회가 한 일이라고는 손님들 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할지 차가운 음식을 대접할지를 결 정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좌절감을 느끼며 위원회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사임하기 전인 1995년 10월, 저는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스포츠기자연맹(AIPS) 회의 연설에서 FIFA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기했습니다. “월 드컵이 TV 관계자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실제로 TV 시청률을 보면 올림픽보다 월드컵의 인 기가 훨씬 더 높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중계 권료는 올림픽 중계권으로 벌어들인 수익 수준에 미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더 높고 강력한 투명성이 필요 합니다. 지금까지(월드컵 관련) 마케팅과 중계권 계약과 관련 된 사안들은 모두 극소수가 비공개로 결정해 왔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저는 계속해서 “FIFA 미디어위원회는 미디어와 관련된 필요 사항들을 모두 고려하고, 매체 노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재정위원회는 재정 상황에 대해 조언하고 방향을 제 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집행위원회는 마케팅 및 중계권 계약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구가 되어야 합니 다. 그래야 축구 선수 및 관계자, 팬, 스폰서 등 관련자들의 이해를 보호하여 축구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 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는 재정 수익이 과소평가 돼 왔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보다 높은 투명성이 매우 필요합니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2개월 후, 파리에서 개최된 FIFA 집행위원회에서 주앙 아벨 란제 FIFA 전 회장은 “왜 AIPS 회의에서 투명성 문제를 거 론했냐”며 제게 화를 냈습니다. 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 하고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습니다. 평소 화기애애했던 집행위원 회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고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아벨 란제는 마케팅 에이전시 ISL과 연루된 그의 부정한 거래를 제가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합니다.

ISL은 2001년에 파산했습니다. 2011년에 공개된 스위스 법 원의 자료에 따르면 ISL은 1992년부터 2000년 사이 아벨란 제 회장과 리카르도 테세이라에게 5천만불에 가까운 돈을 건 넸습니다. 한편 스위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블라터 사무총 장이 ‘아벨란제를 위한 지불금’이라고 쓴 메모와 ISL이 FIFA 계좌로 150만 스위스 프랑을 이체한 기록이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블라터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공식 조 사에 착수하는 대신 ISL에게 수표를 그냥 돌려주기만 했습니 다. 스위스 당국은 2005년에 ISL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여 2011년에 완료했습니다. ISL이 파산한지 11년이 지나고, 스 위스 당국이 긴 조사를 마치고도 일 년이 더 지난 2012년에 가서야 FIFA 윤리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FIFA 윤리위원회는 ‘블라터가 서툴렀다(Clumsy)’는 결 론을 내며, 부패에 대한 블라터의 책임을 면해주었습니다.

이는 정의를 무시한 명백한 사건입니다. FIFA는 언론에 아주 작은 의심만 보도돼도 해당 회원들을 조사하는 것으로 유명 합니다. 하지만 FIFA 지도부에 대해서는 언론이 수많은 혐의 와 증거를 제기해도 정식 조사는 물론 예비조사 조차 시작하지 못합니다. 블라터 회장과 같은 사람에 대한 조사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FIFA 본사를 압수 수색해 관련 문서를 확보하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예비 조사에 임할 것입니다. FIFA가 해당 사건을 더 자세하고 공정하게 조사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스런 부분입니다.

저는 투명성 문제를 제기한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FIFA에 발을 담그기 시작함과 동시에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 였습니다. 이러함으로써 저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2. 비자-마스터카드 관련 사례

비자-마스터 카드 사건은 블라터와 발케가 부패했음을 보여 주는 가장 명백한 사례입니다. 이 일에 대해 최근 FIFA 관련 미 상원 청문회에서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은 ” FIFA를 마피아에 비유하는 것을 주저하는 되는 단 한가지 이유는 그 런 비유는 마피아를 모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피아도 이렇게 노골적이고 뻔뻔하게 부패를 저지르지는 않습니다.”라 고 발언하기까지 했습니다.

2006년 4월 마스터 카드사는 FIF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 습니다. FIFA가 새로운 월드컵 스폰서 계약 과정에서 마스터 카드 측에 의도적인 거짓말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스폰서 계약과 관련해 FIFA에겐 마스터 카드사에 우선 협 상권(incumbency rights)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FIFA는 비자 카드사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협상 의 마지막 단계에서 마스터 카드사가 1억 8천만 달러를 제시 하고, 비자 카드사가 1억 7천만 달러를 제시하자, FIFA는 마 스터 카드사의 협상 금액을 비자 카드사에 알려주었고, 비자 카드사가 최종적으로 1억 9천 5백만 달러를 제시해 마스터 카드를 이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2006년 3월 FIFA는 비 자 카드의 스폰서 계약을 승인했습니다. FIFA는 이 사실을 숨겼다가 비자 카드 이사진의 계약승인이 난 것을 확인한 후 에야 마스터 카드사에 비자 카드와의 계약 체결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4월 4일 마스터 카드는 FIFA에게 비자 카드사와 계약 하면 소송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FA는 이틀 후인 4월 6일 비자 카드사와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스터 카드사가 경고하기 이전에 비자 카드와 계 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FIFA는 서류상의 계약 날짜 를 4월 3일로 바꾸고 비자 카드 회장의 서명을 위조해서 써 놓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내용의 계약서인데도 비자 카드가 갖고 있는 계약서 서명 날짜는 4월 6일인데 반해 FIFA가 가 지고 있는 계약서의 날짜는 4월 3일로 되어 있습니다.

뉴욕 지방 법원은 2006년 12월 FIFA 에게 패소판결을 내렸 고, FIFA는 FIFA에게 마스터 카드사에 1억 불 가까이 지불 하고 사건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 사건의 판결문에서 로레타 프레스카 판사는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13차례나 언급하며 FIFA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멸을 표했습니다.
“FIFA측 교섭자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FIFA의 마케팅 국장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발케씨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발케씨는 비슷한 거짓말을 했습니다.”
“편의상의 거짓말.”
“상업적 거짓말.”

또한 로레타 판사는 “다음 스폰서 계약을 맺기 위한 협상과 관련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FIFA의 행동은 전혀 페어플레이가 아니었고, 스위스 법에서 부과하는 신의(good faith)에 대한 의무 원칙을 위반했습니다.(그리고 FIFA의 회 장이 설명했던, FIFA의 페어플레이 개념에도 부합하지 않습 니다)” 라고 지적했습니다.

FIFA가 마스터 카드사와 법정 밖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누구 도 집행위원들에게 이 사건을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저 는 신문 보도를 통해 내용을 대충 짐작했을 따름이었습니다. 이후 뉴욕 법원의 판결문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7년 6월 27일 FIFA 집행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회의 하루 전날의 저녁 모임에서 저는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으나, 대부분 이 주제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한 집행위원은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 닌다고 블라터에게 고자질을 했습니다. 이튿날 회의에서는 단 한 사람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에 도 불구하고 블라터는 주로 중요하지 않은 여러 잡다한 사안 들을 다루는‘기타 사안들’시간에 마스터 카드 사건을 간단하 게 언급하고, 원만하게 잘 끝났다며 잘난 체 했습니다.

블라터 입장에서 보면, FIFA가 1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보 았건 말건, 뉴욕 법정으로부터 능멸을 당했건 말건, 별 일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자기가 아는 사람이 회장인 비자 카드사에 스폰서 권리를 주었고, 측근인 발케를 사무총장으로 승진시켰으니 말 그대로 원만하게 처리된 것일 겁니다. 판결 문에 따르면 블라터와 크리스토퍼 로드리게스 비자 카드사 회장은 스위스에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개최되는 즈음인 2005년 1월말 취리히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올림픽 관 련 행사들을 통해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블라터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위원이며, 비자 카드사는 올림픽의 오랜 스폰서입니다.”

다시 FIFA 집행위원회 회의 장면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이 – 11 –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길래 제가 손을 들었습니다. 회의실 이 갑자기 얼어붙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블라터가 노려봤지 만 저는 이 사건은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라고 서두를 떼 었습니다. FIFA의 큰 재정적 손실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페 어플레이를 슬로건으로 하는 FIFA의 도덕성과 명성에 상처를 입힘으로써 FIFA의 신뢰도가 추락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 적했습니다. 그리고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블라터와 발케가 즉시 물러나야 한 다는 점을 제 방식대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블라터 회장은 그의 오른팔인 발케를 협상 과정 중 FIFA에 ‘거짓’으로 보고했다며 FIFA에서 파면시켰습니다. 하지만 파 면시킨지 6개월 뒤 2007년 6월, 발케를 사무총장으로 승진 시킵니다. 블라터 회장과 발케 사무총장의 부도덕성이 명확하 게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3. 2002년 월드컵 유치 조사 보고서 공개를 막은 블라터

1995년 10월 FIFA 조사단이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개최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양국을 방 문하였습니다. 조사단장은 홀스트 슈미트 당시 독일축구협회 사무총장이었습니다. 조사단이 돌아간 뒤 우리는 오랫동안 아 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 후 조사단이 한국과 일본은 동등한 월드컵 개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 를 작성했으나 FIFA 본부가 일본이 한국보다 더 낫다는 내용 으로 보고서를 변경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블라터에게 이런 얘기가 사실인지 명백히 밝힐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습니다. 가장 많은 사랑 과 존경을 받고 있는 축구인 중 한 명인 프란츠 베켄바우어 역시 나중에 저에게 비슷한 소문을 들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내부평가 보고서는 결국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2통의 편지 사본은 마지막 부분 별첨 참고]

이는 블라터 회장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일을 처리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당시 FIFA 사무총장이었던 블라터는 공정한 심판 역할보다 노골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자 이를 숨겼습니다. 저는 이것이 블라터가 FIFA 회장이 된 이후 대부분의 업무들 을 처리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4. 블라터 연봉 공개 관련

블라터 회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서울에서 열린 집 행위원회 회의에서 자신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일하니까 월급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블라터에 게 적절한 보수를 받아 마땅하지만, 얼마나 많은 보수를 받는 – 13 – 지는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집행위원이었 던 척 블레이저가 블라터의 보수에 대한 질문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저를 공격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당신은 언제 부터 블라터 회장의 대변인이 됐느냐고 응수했습니다.

2통의 편지 사본

March 29th,1996

Mr. J.S. Blatter
General Secretary
FIFA

Dear Sepp, It was good to see you in Auckland. I hope you had a comfortable return journey. I wanted to write to you to follow up on several matters of mutual interest.

1.) Inspection Team Report ~ As I mentioned during our discussions in New Zealand, I found it unfortunate that there appears to be a rumour about implied efforts to influence the content of the Inspection Team’s final report.

Firstly, I certainly do not believe such rumours. Secondly, even if such efforts were underway, I have absolute confidence in the integrity of the Inspection Team members to respond in the appropriate ethical manner. However, the mere fact that some people may be speculating about this is in itself of shared concern.

Sepp, I would like to make a suggestion: Even though you said you have not yet read the Inspection Team’s report, it may be a good idea to make the original untranslated signed version available to all Executive Committee Members as soon as possible. This may help to dispel such damaging and unsubstantiated rumours.
…..

May 6 th,1996

Mr. J.S. Blatter
General Secretary
FIFA

Dear Sepp,

…..

In your April 24thletter, you said the Inspection Team Report would be sent to the Executive Committee Members in “mid-May.” I would be grateful if you could inform me of the date on which the report will be sent from FIFA House. As the Report seems to have been submitted to you several months ago, I see no reason why it should not be faxed to all Executive Committee Members without further delay. I am sure you can appreciate that it is disconcerting to hear about the Report’s contents from unofficial sources.

…..

[end of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