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가 아니라 축구를 살려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차기 회장 선거는 벌써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FIFA의 변화를 끌어내야할 회장 선거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FIFA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98년, FIFA는 24년 만에 회장 선거를 했었다. 이번에도 실질적으로 거의 20년 만에 회장 선거를 하다 보니 FIFA라는 조직은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잊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 회장 선거에서는 온갖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되었다.

개방과 개혁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FIFA는 여전히 비밀주의와 부패의 음습한 그늘에 놓여있다. 민주주의의 중심 유럽에 있는 FIFA가 이런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벌인다는 것이 신기하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다.

이런 상태라면 FIFA는 내년 회장 선거를 치르더라도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기 어렵다. 회장을 바꾸고 규정 몇 개 바꾼다고 해서 부패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패의 모순만 더 쌓여갈 뿐이다. 차기 회장 선거가 수많은 축구팬들을 더욱 실망시키는 진짜 위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FIFA의 틀 안에서 FIFA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저에 대한 FIFA 윤리위의 부당한 제재는 FIFA 근처에 접근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별로 개의치 않을 생각이다. FIFA 회장은 권력의 자리가 아니라 봉사의 자리라고 평소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봉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FIFA라는 위선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FIFA의 문제점에 대해 정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FIFA를 진정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과거 비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단죄가 이루어져야 한다. 블래터 회장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한 이유다. 2006년 비자-마스터카드 후원사 선정 관련 소송은 FIFA가 마스터카드에 9천만 달러를 지불함으로써 종결되었지만 이 사건에 대한 블래터 회장의 책임은 남아 있다. 9천만 달러는 FIFA가 아니라 블래터 회장과 발케 당시 마케팅 국장이 내야 한다. 소멸 시효 여부를 검토해서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집행위원회의 구체적 승인 없이 지급되었던 블래터 회장에 대한 보수도 소송 대상이다.

FIFA라는 조직이 아니라, 축구라는 ‘희망과 영감’의 원천을 되살리기 위해 전세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싶다.